비가 오면 강습은 쉰다고 한다.
한달 단위로 강습시간을 정하는데 비가 오면 쉬어버리니..
보강은 없다. 비가 와서 수업이 없으면 그냥 없어지는 돈인 셈이다.
장마철엔 수강생에게 불리하니 아무래도 수강생이 적을 것이고.
수강생이 적으면 수입이 줄어들테니 보강을 해주는 편이 모두에게 이롭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건 제삼자인 나의 생각인것이고.
당사자들의 생각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한여름 뙤약볕에도 강습도 하고 회원들이 팀을 짜서 경기도 하곤 한다.
거긴 내가 근무시간 중 언제라도 창밖으로 내다볼 수 있는 동네 테니스장이다.
눈이 오면 누구보다도 더 하얗게 눈밭으로 변할 준비가 되어있는 곳이며.
비가 오면 언제라도 수영장으로 변할 기세가 보이는 곳이며.
누가 됐던-60대 할아버지 복식팀이든.. 제대로 복장을 갖춰입은 30대 혼합복식팀이든...
서브를 넣거나 받아칠때마다 괴성을 토해내는 30대 남자단식팀이든...- 테니스라켓을 든 사람들의 힘찬 다리힘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있는 곳이다.
처음 테니스장을 바라보던 그 시기엔 테니스장 옆, 그러니까 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쪽에 큰 플라타너스가 있었다.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학교 운동장에 있던 큰 나무'라고 했을 때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게 할 만한 크고 오래되고 건강한 나무인 것이다.
3층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다른 것들은 원근법에 맞게 배치되어 있는데 그 나무만은 내 눈앞에 바로 있는 것 같았다.
왠만한 비바람에도 끄덕없이 버티던 나무였다.
그 시절의 테니스장은 분명 그때도 영업을 한지 오래된 테니스장이였지만...상태가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비가 내리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엔 수영장이 되기 일수였다.
비가 그치고도 웅덩이에 고인 물은 몇일씩 테니스코트를 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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